삭정이
老波
바람 분다고 날려 갈 것 인가
물결친다고 밀려 갈 것 인가
호수에 가라앉은 수심의 시간들
해 뜨고 달 기우는 사계를 걷다
무엇을 그리도 골똘히 생각하기에
잔가지 수초에 엉키어
한 살 두 살 늘어 가는 이마 주름살
외롭도록 고사 해온
홀로 가는 길
삭정이 가지에 숨이 차오른다.
머리 비우고
담낭도 버려
깃털처럼 가볍게 살다
삭풍 오면
듬성한 초가지붕 밑에 앉아
비오면 멱 감고
눈 오면 흰머리 곱게 빗어
추운 삼동 지나도록 오가는 이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