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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단칸방

노파 2011. 11. 11. 09:03

단칸방

老波

 

 

초록 잎새 노랗게 물들어, 입동(立冬)의 수은주를 붙잡고 있는 너의 자태에 북서풍도 머뭇거리며 지나간다.

 

가을은 뽕나무 가지 끝에 가부좌(跏趺坐) 틀고 눈을 못 떼는 사이, 하얀 실을 놓아 형설(螢雪)의 공간에 스스로 갇히는 누에의 변신은 무죄(無罪)다.

번데기로 개명(改名)을 하고 잘록한 단칸방에 문패가 걸리던 날, 느린 미학(美學)으로 꿈틀대는 지혜만큼은 창조주(創造主)는 아실게다

 

식상한 계절이 허공을 달릴 지라도, 세월은 녹아 노랗게 물든 어깨에 사색(思索)의 옷을 걸친다.

짧은 인연은 도톰한 고치가 되고, 대지를 쓸고 가는 칼바람, 어둡고 긴 겨울을 견뎌야 하기에 햇살은 등 굽은 뽕나무 가지에 앉아, 나에게 윤회(輪廻)란 화두(話頭)를 던진다.

 

20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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