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https://tank153.tistory.com/

노파의문학공간

시詩

어머니

노파 2011. 7. 5. 08:42

어머니

老波

 

 

적삼 벗어 놓으시고

집안 나들이 가신 어머니

언제 오실 란지

하루해 지더니

달도 기울고

손꼽아 기다리는 마음에

황급히 찾아온 검은 그림자

 

땅이 진동하며

무너지는 하늘에 누운 긴 그림자

아이 가슴에

왈칵 눈물이 쏘다진다

 

새 양말

새 내의

언제 입으시려고 꼭꼭 챙겨 두시고

庚寅年 설밑이 얼마나 추운데

저 세상 가실 때 입으실 명주 도포 그냥 두고 가신다니

불쌍하신 우리 어머니

 

어머니 방에 장롱도 그 자리에 그냥 있고

벽에 걸린 사진에서 여전히 나를 보고 계시는데

어디서 숨차게 마지막 시간을 보내시는지요.

불효자 가슴은 찌어지게 아프답니다.

 

호주간 며느리 오길 기다리길 얼마나 힘드셨나요.

하루라도 더 기다려 주셔요.

기가 막혀 온 세상이 캄캄합니다.

마지막 증손자 기(奇) 사진이라도 보셔야지요.

셋째 며느리 일월 삼십일일 들어옵니다.

어머니 그리 쉬 수(壽) 놓지 마셔요.

생전의 마지막 어머니 모습이라도 가슴에 담아 두고 파요.

어머니 수라(水刺)잡아 달라 하나님께 기도 했으니

부디 기다려 주셔요. 어머니.

 

* 어머니(權淑伊 / 安東權氏) 음1919.1.30~2010.12.16, / 양2010.1.30 오후7시36분 타계 하시다.

2010.1.30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향이 그리워서  (0) 2011.07.07
실종  (0) 2011.07.06
빗나간 발자국  (0) 2011.07.04
쌈닭  (0) 2011.07.03
봄의 눈물   (0) 201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