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닭
老波
난장에서
우열을 가리는 쌈닭들
흰 닭
검은 닭
벼슬이 붉다 못해 서슬이 퍼렇다.
한 판의 승부를 위해
말초신경까지 끄집어내 놓고
이성을 잃은 투전이 끝날 줄 모른다.
닭들은 이전투구에 노예(奴隷)가 된지 오래
낮 밤의 명암을 가리지 못 하면서
알량한 자존심 내 새워
한 판 싸움에 피를 튀긴다.
별 같은 벼슬을 물고
촌각의 여유도 주지 않아
사투의 흔적이 별똥처럼 선명해
혼전을 거듭하는 전사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에선 스멀스멀 멍이 차오른다.
201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