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밤의 여행
장지원
긴 밤에 올라 떠나는 시간여행
뒤척일 때마다 열리는
벽화 속 미라 같은 그림들
여리게 뛰는 맥
피차 남아있는 시간이기에 가능한 일
질곡을 지나 언덕을 오를 때
지나가던 바람이 멈추는 걸음
걷기조차 힘들었던 길
어깨에 매달린 역경의 꾸러미들
무의미했던 날들
쑥스러운 헛웃음 지으며 돌아누워 보지만
후회스러운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마가 낀 삶
역마살이 낀 일상들
더 큰 실수라도 했더라면 만 길 나락으로 떨어졌으리라
그런 길이 위태하게 지금도 유혹한다
이 길이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지난 역사가 그렇듯이 삶은 누구나 제 멋대로다
이기적이면서도 각색하고 숨기기에 급급하다
그런 것이 인생이라면
한없이 부족하고 모자라는 삶
긴 겨울밤의 시간여행
얍복강에서, 그날 밤 야곱의 기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순간을 모른 척 지나치면 많이 후회할 것 같다.
202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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