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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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섣달의 밤/시 장지원

노파 2025. 1. 8. 00:03

 

섣달의 밤

장지원

 

 

시간이 흘리고 간

빈 들에 허수아비 하나

그것도 나이라고

천년을 하루 같이 걸어도

섣달의 짧은 해 잡아두지 못해

산만한 생각부터 까맣게 얼어붙는 달그림자

긴긴밤에 구들목 식어

문풍지 떠는소리

산죽도 잠들지 못하는 밤

시침과 분침의 운명을 가르는 빨간 초침

뒷마당 가랑잎 쓸어가는 소리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섣달의 밤

아련히 들리는 산사의 풍경소리

먹은 나이만큼은 이 밤도 짧아지겠지.

 

2024.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