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의 밤
장지원
시간이 흘리고 간
빈 들에 허수아비 하나
그것도 나이라고
천년을 하루 같이 걸어도
섣달의 짧은 해 잡아두지 못해
산만한 생각부터 까맣게 얼어붙는 달그림자
긴긴밤에 구들목 식어
문풍지 떠는소리
산죽도 잠들지 못하는 밤
시침과 분침의 운명을 가르는 빨간 초침
뒷마당 가랑잎 쓸어가는 소리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섣달의 밤
아련히 들리는 산사의 풍경소리
먹은 나이만큼은 이 밤도 짧아지겠지.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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