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경에 서서
장지원
모세가 그 지경에 섰을 때
넘실거리며 흐르는 요단강의 물결
비옥한 가나안의 들녘
석양에 펼쳐지는 장관 앞에서
그 하루를 마감해야 하는 시간-더없이, 슬픔이었을까, 기쁨의 순간이었을까
다시 내려오지 못하는 느보산
오르기조차 힘들었을 텐데
하나님은 그의 마지막을-‘이만하면 되었다’라고 하신다
한 많은 삶을 이 지점에서 내려놓아야 하는 마지막 역
그를 내려놓고 조용히 흘러간 세월
누군가 이 지점에 서서 회한의 지도를 접는다면
세월도, 미처 감당하지 못했던 조각들을 꽁꽁 묶어 내려놓고 가겠지!
그날은 좋은 날, 피곤한 순례자가 쉴 수 있는 축복의 날
석양의 금빛 윤슬이 그의 가슴에서 일렁일 때
하나님은 이날도 ‘이만하면 되었다’라고 말씀해 주시겠지!
202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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