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종합문예지 문학세계 2017 년10 월호 수록>
책속의 소시집Ⅱ 기도하는 시인의 가을
一松 장지원(張志源) 시인
아호: 一松 / 필명: 老波 시인/소설가
1951년 경북 영주 출생
명지대학교 사회교육대학원 수료
삼육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2005년 現代 韓國 人物 史 등제
2006년 시 등단
2010년 韓國 詩 大辭典 등제
2010년 소설 등단
재림문학상 수상
2016년 한국문학을 빛낸 100인 선정
blog: http://blog.daum.net/tank153
e-mail: tank153@hanmail.net
가을 나목(裸木) 외4편
가을이
스치는 자리마다
빨갛게 물들도록
여기 서 있는데
나
알싸한 눈 꼭 감아
갖은 허울을 벗어
나목이 되리
태양이 걸쳐주는 옷으로
당당한
나목이 되리
마지막 한 잎도 버거워 흔들릴 때
아직 유효한 약속을 생각하며
그런 내가 싫어 흔들리다
마지막 잎이 떨어지는 날
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나목이 되리
고독을 뿌리는 가을비
가을비
양철지붕에 흩어지는 날
얕은 밤 길게 지키다
잠 못 이루어
턱밑까지 차오르는 고독
열린 창으로
스멀거리며 살아나는 실없던 일들이
찌그러진 머그잔에 차오른다
가을빈
동공에 심지를 갈아도
사를 수 없는 고독
현실을 낙수의 가락으로 이어가는 손등에도 가을의 물이 든다
세찬 빗줄기에
심장까지 젖어 소리 없이 떨어지는 체온
다 식은 커피 잔 기울이는
사색의 시간
희미한 달그림자 밟으며
불 꺼지지 않는 창가에 가을은 깊어만 간다
기도하는 시인의 가을
무더위
긴 장마
지친 날들이
시절을 비웃듯
비둔한 몸집만큼 느린 걸음으로……
낮엔 폭염
밤엔 열대야
숨통조차 열어주지 않더니
하늘도 빗장 열어
슬며시 물러나는 여름
계절의 감각을 풀어
말초신경을 자극 하여 숨을 고른다
이럴 때면
시인은 시 한 수를 써
건들마에 부쳐
마음을 흔들어
가슴팍 열어젖히면
하늘의 가을이
깨알처럼 우수수 쏟아지겠지
엄니의 가을
초원의 바람 같아
미쭉한 길을 걷다
미련의 한 자락 깔고
더디 가고픈데
코스모스의 사주가 있었으리라
알싸한 주막도 지나쳐
건들건들 걸어오는 건들마
속절없이 품 열어
밤톨 같은 것들 쏟아내더니
가지 끝에 이는 바람 잡으며 지켜보겠다던
그 약속 지키지 못하고
세월을 앞서
마르고 빈 거죽 되어
때 되어 부는 바람 따라 떠나야 하는
엄니의 가을
가을전어의 일탈
가을이 붉게 물들 때
알싸한 공기마저
등 밀어 주마등처럼 몰고 가다 발길을 멈춘다
작렬하게 타는 잉걸 위
전어의 눈빛이 도심의 가을을 부추긴다
치열했던 하루를
낙조 등에 실어 보내고
달빛도 기웃거리는 거리
간만에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깊어가는 밤도 최면에 걸려
저마다 삶의 순간들을 은근슬쩍 뒤집어 그림을 그린다
-
피 튀기는 심장
부은 간덩이
바람 든 허파
-
얄라리한 밤에 기대어
그 맛
가을전어의 일탈이 마술을 부린다
'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모르는 상황윤리/시 일송 장지원 (0) | 2017.10.14 |
---|---|
한가위 둥근달 띄우는 시인의 기도/시 일송 장지원 (0) | 2017.10.03 |
장미의 계절 (0) | 2017.05.28 |
입춘대길立春大吉 (0) | 2017.02.04 |
이 길을 가리/시 일송 장지원 (0) | 2017.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