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을 가리
一松 장지원
태산에 묻혀 살아온 날들이
그럭저럭 일 년
이럭저럭 한 해
그냥 저랑 해를 바꿔
丁酉年 정월 초하루
풍월을 한다고 했는데 몸에 밴 흙냄새조차 안 난다
순례자도 아니면서 마음의 짐조차 풀지 못하고 있으니
청산 여울물소리로 심신을 달래고
태산 비로봉에 올라 내려가는 길도 알아보았고
시간에 앉아 긴 밤 배고픔도 견딜 수 있었기에
오늘은,
어느 처마 밑에서 이슬을 피하며
어느 집 대문을 드나들며 목을 축일는지
여염집 내미는 소반에서 주린 배 채울지
둥지를 생각하면 가슴에 이슬이 차갑고
길 찾는 강단은 언제나 거품 재우고 흘러갈라는지
높은 산에 막혀 넘지 못하는 길에 앉았을 때
허무가 내려놓은 공간에 비추는 영감의 끈을 잡고 일어서는 심방은 뛴다
낮은 물길 흐르듯 옛 시인은 떠나고, 남은 길이 난고의 험로일지라도
나는 길 위에서, 이 길을 가리
2017.1.1
'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미의 계절 (0) | 2017.05.28 |
---|---|
입춘대길立春大吉 (0) | 2017.02.04 |
노파 시인의 성탄절 기도 (0) | 2016.12.24 |
나의 문학관 12/세월의 노래 나의 가락/一松 장지원 시인, 소설가편 (0) | 2016.12.15 |
길 위에서, 이 길을 가리/시 일송 장지원 (0) | 2016.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