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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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가리/시 일송 장지원

노파 2017. 1. 1. 06:55

이 길을 가리

一松 장지원

 

 

태산에 묻혀 살아온 날들이

그럭저럭 일 년

이럭저럭 한 해

그냥 저랑 해를 바꿔

丁酉年 정월 초하루

풍월을 한다고 했는데 몸에 밴 흙냄새조차 안 난다

순례자도 아니면서 마음의 짐조차 풀지 못하고 있으니

 

청산 여울물소리로 심신을 달래고

태산 비로봉에 올라 내려가는 길도 알아보았고

시간에 앉아 긴 밤 배고픔도 견딜 수 있었기에

 

오늘은,

어느 처마 밑에서 이슬을 피하며

어느 집 대문을 드나들며 목을 축일는지

여염집 내미는 소반에서 주린 배 채울지

둥지를 생각하면 가슴에 이슬이 차갑고

길 찾는 강단은 언제나 거품 재우고 흘러갈라는지

 

높은 산에 막혀 넘지 못하는 길에 앉았을 때

허무가 내려놓은 공간에 비추는 영감의 끈을 잡고 일어서는 심방은 뛴다

낮은 물길 흐르듯 옛 시인은 떠나고, 남은 길이 난고의 험로일지라도

나는 길 위에서, 이 길을 가리

 

20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