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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벌초

노파 2011. 9. 6. 07:49

벌초

老波

 

 

장마에 지붕은 세지 않았을까

바람에 집은 온전할까

외로워 얼굴은 상하지 않았을까

생각만 하다

좋은 날 잡아 산소에 벌초를 간다.

 

아이 맘에

초로(草露)를 걷어 내면

아버지 기침하시고

문 열고 어머니 나오실 것만 같다.

 

바람에 실어오는 햇살

섬돌에 하얀 고무신 받쳐놓고

버선발로 내려오는 그 옛날의 모습은 간데없고

윙윙 거리는 예초기 소리가 싫어 자리를 비웠는지

두 분 보이지 않는 유택에서

아인 한 동안 섰다가 자리를 뜬다

 

201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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