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老波
장마에 지붕은 세지 않았을까
바람에 집은 온전할까
외로워 얼굴은 상하지 않았을까
생각만 하다
좋은 날 잡아 산소에 벌초를 간다.
아이 맘에
초로(草露)를 걷어 내면
아버지 기침하시고
문 열고 어머니 나오실 것만 같다.
바람에 실어오는 햇살
섬돌에 하얀 고무신 받쳐놓고
버선발로 내려오는 그 옛날의 모습은 간데없고
윙윙 거리는 예초기 소리가 싫어 자리를 비웠는지
두 분 보이지 않는 유택에서
아인 한 동안 섰다가 자리를 뜬다
201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