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꽃이 피면
조팝꽃이 피면 장지원 올해도 조팝꽃이 피었다. 긴 겨울잠에서 깬 들녘 길을 따라 누렁이 등짐에 가득 거름을 내는 그림은 60년대 초만 해도 우리나라 농촌이면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아침 조반을 마친 아버지는 누렁이 등에 멍에를 올리고 거름을 싣는 삼태기에 가득 거름을 싣고 고삐를 잡고 삽짝을 나서신다. 못자리하려는 걸음이 부산하면서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소 뒤를 졸랑졸랑 따라나서는 소년은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는 유일한 재미에 신이 났다. 골목길을 나와 논둑 길을 지나고 개울을 건너면서 양지쪽엔 허리를 꼬부리고 핀 할미꽃을 한 줌 꺾어 든다. 논 한 귀퉁이 두렁에는 못자리의 철을 알리는 조팝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꽃핀 모양이 튀긴 좁쌀을 붙여놓았다 해서 조팝나무라고 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