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에 못다 한 이야기
장지원
할매 이야기를 빌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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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살기는 겨울보다 그래도 여름이 낫다’
어느 한 해의 여름을 지목하기보다
홑적삼만 입고 뒹굴어도 되고
푸성귀 원 없이 챙겨 먹어 좋고
고래에 불 안 집혀도 문제없고
사변 통에 피난 가다 그해 겨울 고생깨나 했지
-
노인의 주름에 잡히는 나잇살마저
지나온 세월을 이엉 엮듯
계절 계절이 녹록하지 않았으리라
다 내뱉지 못하고 가슴에서 삭이고 살아온
그 세월이 얼마나 서러웠을까?
그 시절, 그 여름, 그분들의 수고가 있었기에 지금 내가 있어
그해 여름에 못다 한 이야깃주머니 버릇없이 훌렁 뒤집어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의 인생이 더위에 녹아 내 형질이 되었더라
올여름이 가기 전에
‘할매 할배 사랑합니다’라는 말, 꼭 해드리고 싶다.
202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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