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이거맞아?”…냅킨 깔고 수저 놓는거 맞아?
식당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휴지를 뽑아 깔고 수저를 올리는 일이다. 우리나라 ‘종특’이라고 할만한 이 습관, 식탁이 깨끗하지 않을 거 같다는 심리에서 비롯됐다. 앞서 자리에서 먹고간 흔적을 행주로 닦아내도 행주 냄새도 그렇거니와, 식탁 위에 안보이는 잔여물에 대한 찝찝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언뜻 식탁보다 냅킨이 깨끗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도 있다. 기분 위생학이다.
여러 번 사용한 행주 쓱 식탁을 닦았을 때 세균 오염도는 식당 테이블 기준치보다 최소 13배에서, 많게는 100배 이상 나왔다는 실험 결과도 예전에 발표된 바 있다 가장 오염도가 높게 나온 세 식당의 식탁 표면 세균 검사 결과,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곰팡이균 등이 증식하고 있었다. 이들 균은 복통, 설사, 식중독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냅킨은 음식물로 인한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묻어 있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깨끗하게 인식된다. 문제는 화학물질에 따른 안전성이다. 냅킨에는 가공 과정에서 먼지 많이 묻어 있다. 수저를 놓을 때 먼지가 묻을 수 있다. 특히 식사를 하다가 각종 반찬을 먹던 수저를 냅킨 위에 올렸다 하면 수저에 묻은 침과 냅킨의 먼지가 엉킬 수 있다.
오랫동안 논란이 돼 온 부분은 형광증백제다. 피부에 계속 접촉하면 아토피를 비롯한 피부염은 물론 장염, 소화기 증상뿐 아니라 생식기능 장애, 면역체계 결함을 일으킬 수 있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형광증백제는 유해성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 간에 이견이 존재한다. 인체에 유해하다는 임상실험 결과가 보고됐긴 했지만 인체에 치명적일 정도로 위험하다는 확실한 근거는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희대 의과대학 환경독성보건연구 센터장 박은정 교수는 코메디닷컴 유튜브 생활의학 궁금증 채널 ‘이거맞아?’와의 인터뷰에서 “형광증백제는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화장지나 주방에서 사용하는 타올 등에 들어간다”며 “형광증백제를 넣어서 조금 더 하얘 보이고 조금 더 깔끔해 보이게 만들어진 제품들이 예전에는 더 많았었는데 이 물질이 생식계 질환이나 또는 암을 일으키는데 작용을 한다는 이슈가 한번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은정 교수는 “형광증백제가 단순히 냅킨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세제와 같이 일상 용품에도 많이 들어가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해물질의 총량을 늘리고 있을 수 있다”며 “한번 수저 놓는 정도야 괜찮다 생각하다가 본인도 모르게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역치를 넘어서는 순간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가급적이면 피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형광증백제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들이 아직 충분히 검증이 된 것이 아니므로 개인 접시 위나 수저받침에 수저를 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형광증백제 들어간 휴지나 물티슈 등 제품, 표시 의무 없다
형광증백제는 면이나 제지를 하얗게 만드는 화학염료로, 냅킨 뿐 아니라 일반 화장지, 포장지, 물티슈 등에도 함유돼 있다. 화장품과 기저귀 등은 유해성분 기준에 따라 이 물질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휴지나 물티슈, 수저 포장지, 행주, 냅킨 등에 대해선 엄격하진 않다.
특히 재생지로 만든 휴지는 규제가 어렵다. 제조 과정에서 형광증백제가 사용되지 않더라도 재생지에 이미 형광증백제가 포함됐을 수 있고 이를 표기할 의무도 없다. 국가기술표준원의 안전품질표시기준에 따라 생산과정에서 ‘인위적으로 형광증백제를 투여’하지 않는 이상은 표시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두루마리 화장지 업체 5곳의 제품 45개를 조사한 결과 형광증백제 포함 여부를 표기하고 있는 제품은 단 6개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