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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내 몸에 흐르는 피/시 장지원

노파 2023. 3. 17. 04:40

 

내 몸에 흐르는 피

장지원

 

 

흙을 빚어

당신의 모양대로 만드시고

당신의 기운을 불어넣으시며

그 속성을 모르셨나요.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하실 때

인간의 몸에서 피는 거꾸로 솟구치고 있었다는 것을

정녕 모르셨나요.

순간적으로 지워야만 하는 대가

한 번의 기회도 없이 버려지는 인간

그로 인한 삶에서 악에 익숙한 유전자가 흐르는 피

속절없이 받아 태어나는 아이에게 무슨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사천 년이 지나 친히 오셔 지신 십자가라면

단번의 자비로 선악 간에 놓인 인간의 어두운 역사를 정리하셨을 수 있었을 텐데

그 후 십자가에서의 구속은 희화화되어 가고 있는 지금

인간의 사악함은 자연에 낙인같이 새겨지고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의로움

혹여 이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고 계신다면

당신의 사랑은 공허한 메아리 같은 것이겠지요

당신은 우리와의 관계를 저버린 경전 속에 유물 같은 존재인가요

턱없이 긴 세월을 기다려야 할 이유가 있나요.

만민의 구원을 위해 지신 십자가의 피를 믿어도 되나요?

 

202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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