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https://tank153.tistory.com/

노파의문학공간

수필

휴일 풍경

노파 2011. 5. 17. 09:06

휴일 풍경

老波

 

 

반석슈퍼 파라솔 아래

소주 서너 병을 놓고 혀 꼬부라진 노래를 부르다

히히 열변을 토하는 중년 남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길 가던 꼬마는 엄마 품을 파고들어 보지만 무서운 눈빛이 놀란 토끼 같다.

지나가는 사람들 몇 번씩 훔쳐보며 머리가 갸우뚱 넘어간다.

몸도 마음도 술에 취해 세상 가운데 서서 영웅이 된다.

너절한 세상에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밝은 시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가며

관심 없는 행인들 바라보며 한참 착각이라도 한다.

그래서 남자는 자기 이야기에 더 열변을 토하는지도 모른다.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할 일요일 오후

낙엽지우는 가을 나무의 시련처럼

허망한 추락이 땅을 치며 발버둥 치는지도 모른다.

위로받고 인정받기 위해 외로운 길을 가고 있다면 너무 슬프다

시간이 흐르면서 초라해지는 자신의 모습이

길바닥에 밟히는 꽁초처럼 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타까운 연민은 각막에 착잡히 쌓인다.

사람들 오가는 길모퉁이, 냉정과 냉대가 취기를 떨어뜨려

차츰 자기의 온도를 찾아 가는지 앙상한 가지 홀로

어디론가 떠나는 뒷모습에 석양까지 올라타, 어깨가 축 처진다.

안 그래도 아쉬운 휴일 오후

취객은 떠나고 빈자리엔 먹다 남은 소주병만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다

가게 집 할머니 나오더니 주섬주섬 집어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또 다른 삶의 가을을 보고 있는데

해 기우는 휴일, 야윈 남자의 등에 바람 까지 불어 한기를 느낀다.

2008.10.5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흥선 大院君의 정치  (0) 2011.05.18
행복을 심는 분갈이  (0) 2011.05.18
공민왕 과 신돈  (0) 2011.05.16
어머니  (0) 2011.05.13
高麗國 국정결정을 보좌하는 수상 「李子淵」의 역활  (0) 201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