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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어머니

노파 2011. 5. 13. 09:28

 

 

어머니

장지원

 

 

추석날 아침 식사가 마칠 즘 어머니의 얼굴에 수심이 있다.

주름이 깊게 파인 얼굴에서 그리 어둡지 않은 조바심 같은 약간의 초조함이라 할까, 나는 마음이 편치를 못하였다. 어머니에게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이다. 여쭈어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아침상을 물리고 조심스레 어머니 곁에 앉았다. 당신의 마음을 얼마나 읽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얼마 전 서울 병원에서 외삼촌께서 암 수술을 받으셨다.

그 후 집에 내려와 있을 것이라는 근황을 이야기하는 어머니의 표정을 살피다 어머니 오늘 저와 같이 외삼촌 병문안 가시면 어떨까요? 묻는 내 말이 떨어지기 도전에 어머니께서 내 말을 받으시며 그래 나도 그 생각을 했다. 아범 시간이 있느냐? 고 물으셨다. 어머니는 손아래 외삼촌이 보고 싶으신 것이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를 따라 외가 다니던 그땐 외삼촌과 외숙모는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좋은 분이셨다. 아내는 서둘러 어머니의 채비를 갖추고 차에 오르시는 어머니의 표정이 너무나 평안해 보였다.

 

며칠 전 순천향병원에 문병하러 갔을 때 외삼촌의 수척하신 모습이 눈에 선하기만 하다. 그날 외숙모님의 이야기가 마음에 걸리었는데 어머니의 생각은 남다를 것 같아 가슴이 찡했다. 어머니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다. 여든다섯의 어머니로서는 당신 스스로 나들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 상황에서도 자식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옛날 어머니가 즐겨 친정을 왕래하시던 그 신작로를 달린다.

단산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어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어머니와 며느리는 정겨운 모녀같이 다정히 카메라 앞에 다하셨다. 갑자기 내 손이 떨리며 렌즈의 초점이 흐려지며 순간 내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어머니가 오래오래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기에 너무 많이 늙으시고 노쇠하셨다. 가슴에서 북받치는 눈물이다. 아내는 나의 이상한 행동에 소리를 외친다. 사진 찍다 말고 뭐 해요, 하는 소리에 얼버무려 찍고 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나는 이 사진이 좋은 추억과 기념이 되길 바란다.

삼십 리 길을 달려 외삼촌 댁엘 도착했다. 외삼촌의 손을 꼭 잡으시는 어머니의 표정은 너무나 담담하셨다. 어머니는 평생을 사시면서 수많은 죽음을 보았을 것이다. 동생의 죽음을 미리 보시는 것 같았다. 외삼촌을 엄습하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를 감지하신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침부터 외삼촌이 보고 싶어 아들의 눈치를 살핀 것이다. 오십이 넘은 아들의 앞에서 여린 어머니의 마음이 오늘따라 왜 이처럼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어머니는 아흔다섯 살이 되시는 작은 외할머니를 뵙고 가자고 하셨다.

작은 외할머니께서는 어머니의 손을 꼭 붙드시고 참 잘 왔구나.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셨다. 어머니의 사랑을 또 한 번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내가 무심한 그 순간도 어머니는 변함없는 진한 사랑을 나에게도 주실 것으로 생각하니 어머니는 나에게 너무 크시고 소중하신 분이심이 틀림없는 것 같다.

당신은 아들을 위해서 기도하시는 어머님이 계시기에 나는 힘이 나는 것 같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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