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을 역어가는 손
老波 장지원
좋은 옷을 만드는 손
그 손, 결은 곱고도 오묘하다
밑그림을 그리고
본을 뜨고
마름질을 하고
시치고
땀을 뜨고
풀을 메기고
다듬질을 하고
다림질을 하고
칠보 노리개를 달면
비로소 좋은 옷이 된다
명장은 이 아홉 과정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을 뿐 건너뛰지도 않는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 메어 못 쓴다’는 속담이 있다
시절을 마름질하는 손에서 땀이 잘 나와야 좋은 그림이 나온다
시절을 깁는 손도 땜질만 하다보면 뒤태가 안 난다
시절은, 명장을 기용해 세상을 만들고, 세상은 명장을 통해 시절을 누린다
좋은 옷을 만드는 명장의 손바느질 같이
시절을 역어가는 삯바느질도 한 결 같이 고운 땀이 나오면 좋겠다
20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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