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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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겨울벽화/시 장지원

노파 2018. 1. 20. 06:19

겨울벽화

장지원

 

 

쇠죽 끓여 퍼주고

화로에 잉걸을 담으면

섣달의 긴긴 밤 이야기꽃의 불씨가 살아날 때면

질리게도 문고리 흔들다

그냥 지나치던 바람

그 시절 생각이 난다

 

군밤 냄새

군고구마 냄새

구수한 향기를 토하던 화로를 생각하며

거꾸로 돌려보는 시간 속의 빛 바란 겨울벽화

언제부턴가 아니라고

토 달고 나오는 현실이 나에겐 가혹할 뿐이다

 

누런 사진 몇 장 들고

긴 밤을 사려야 하나

세월이 버리고 간 날들을 추스르기조차 버겁다

 

섣달의 긴긴 밤

높은 산 상고대 내리 피건만

그때, 그냥 지나친

그 바람을 불러

고요를 걷어내는 풍경 소리 들으며

숨소리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겨울벽화

 

2018.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