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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꽃잎에 이는 바람/시 노파 장지원

노파 2016. 11. 13. 15:15

꽃잎에 이는 바람

老波 장지원

 

 

꽃잎에 이는 바람을 보고 있나

초원을 비스듬히 눕히는 바람을 보고 있나

오아시스로 가는 길을 지우는 바람을 보고 있나

흙먼지 일으키며 달아나는 신작로의 바람을 보고 있나

못난 세월 밀어 내는 바람을 보고 있나

 

바람 앞에 잘났다 자랑 마라

바람 앞에 능력 있다 자랑 마라

바람 앞에 권력을 자랑 마라

바람 앞에 돈 있다 자랑 마라

바람 앞에 인연을 자랑 마라

상처만 남기고 사라지는 바람 같으니

 

파랗게 물들어 지울 수 없는 꽃잎

허수아비 매무새 고치지 못하는 허무의 날들

광야의 불빛은 차가운 모래에 반짝일 뿐

유체 이탈까지 막는 낡고 폐쇄된 공간

 

바람은 소리 없이 제 길을 가고

누더기 걸친 허수아비 낙조에 그을려 가무잡잡하다

점점이 흐트러져 허무만이 자라는 계절

몸에서 이는 바람조차 싫다. 내 상처가 큰 게다

 

2016.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