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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사바의 겨울 이야기/시 장지원

노파 2016. 11. 11. 06:36

사바의 겨울 이야기

장지원

 

 

사립문 여니

사바에 내린 눈 때문에

어쩌면 숨 막혀 죽을까봐 하루가 무겁다

 

감나무 가지 끝에 까치밥

시린 부리가 희번덕거리는 게 안쓰러워

-훠 먹으라고

고수레 잊지 않는 사바

 

산꼭대기에서 내리 달리는 추위

지붕에 소복이 눈 쌓이면

문풍지 바람에도 밤새 자라는 고드름

몇 개 남지 않은 까치밥 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가슴, 체온이 내린다

 

겨울 초입새인데

긴 삼동을 기다리며 나야하는 게

흔한 우리네 이야기가 아니다. 사바의 숨통이 멎을 것 같다

깊은 곳 닻 내려

겨울잠이라도 잘 수 있었으면……

 

2016.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