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의 겨울 이야기
장지원
사립문 여니
사바에 내린 눈 때문에
어쩌면 숨 막혀 죽을까봐 하루가 무겁다
감나무 가지 끝에 까치밥
시린 부리가 희번덕거리는 게 안쓰러워
훠-훠 먹으라고
고수레 잊지 않는 사바
산꼭대기에서 내리 달리는 추위
지붕에 소복이 눈 쌓이면
문풍지 바람에도 밤새 자라는 고드름
몇 개 남지 않은 까치밥 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가슴, 체온이 내린다
겨울 초입새인데
긴 삼동을 기다리며 나야하는 게
흔한 우리네 이야기가 아니다. 사바의 숨통이 멎을 것 같다
깊은 곳 닻 내려
겨울잠이라도 잘 수 있었으면……
2016.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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