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의 소리
장지원
검은 눈시울에 밤을 묻고
빠끔히 열어놓은 귀에 걸리는 월정사의 소리
내려놓지 못한 것이 풍경 속에 누우니
달빛 빠져 조금씩 고요가 출렁이며 변절되는 소리
자정이 지나도록 잠들지 않는 주승의 독경소리
간간이 불어오는 댓바람 소리
서걱거리는 머릿속을 키웠다. 좁혔다. 하는 소리
잠잠히 찾아드는 호수의 소리
길 떠나기 바빠 들창을 두드리고 달아나는 밤의 소리
푸르스름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나서는 발자국 소리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람의 빈 뜰이 일관 하는 침묵의 소리
가슴을 열어
찌든 삶을 토하여
그 풍경 속에 담으니
그 소리가 맑아 아침 묵향이 그윽하더라.
2016.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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