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장지원
바람이 불지 않으면 고요해서 좋다 지
땅도
하늘도
침묵 하게 하는 날. 그렇지만
못난 세상의 한 부분일 테지
평온 속에 가려진 사계, 가시가 돼 눈에 아물거리는 것이……
내 것도 아닌 것을 두고
지경을 그어
표지 석을 세우고 싸움을 하는 게
쉴 세 없이 먹고
똥 싸고
두 발로 걸어 다니면서
꽁무니바람에 미련을 두는 심상의 척도를 모른다면……
우주의 티끌이 날아와도 감당이 안 되는 이 땅에서
풍파를 일으키는 저의가 있을까
먹고 똥만 싸는
네 발로 다니는 짐승이 되어도 자연에서는 흠이 되지 않는 게……
흔들리는 사계의 비밀이 있다면
고추바람일 게다
큰 바람 부는 날
두려움 보다 세상은 춤을 추어야 할 게다
2016.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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