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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바람 부는 날/시 장지원

노파 2016. 5. 17. 06:25

바람 부는 날

장지원

 

 

바람이 불지 않으면 고요해서 좋다 지

땅도

하늘도

침묵 하게 하는 날. 그렇지만

못난 세상의 한 부분일 테지

평온 속에 가려진 사계, 가시가 돼 눈에 아물거리는 것이……

 

내 것도 아닌 것을 두고

지경을 그어

표지 석을 세우고 싸움을 하는 게

쉴 세 없이 먹고

똥 싸고

두 발로 걸어 다니면서

꽁무니바람에 미련을 두는 심상의 척도를 모른다면……

 

우주의 티끌이 날아와도 감당이 안 되는 이 땅에서

풍파를 일으키는 저의가 있을까

먹고 똥만 싸는

네 발로 다니는 짐승이 되어도 자연에서는 흠이 되지 않는 게……

 

흔들리는 사계의 비밀이 있다면

고추바람일 게다

큰 바람 부는 날

두려움 보다 세상은 춤을 추어야 할 게다

 

2016.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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