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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침의 태양

노파 2011. 6. 12. 07:43

아침의 태양

장지원

 

 

유월의 태양이 첫 휴일 아침을 달군다.

아침의 붉은 태양이 열린 창문으로 들어와 잠자는 내 볼을 만진다. 조용히 눈을 뜨고 이른 문안 인사에 반색을 지어보지만, 일요일이란 빨간딱지가 등 뒤에 찰싹 붙어 숨바꼭질하자 한다. 머리는 벌서 산길을 걷고 있는데, 오늘따라 몸이 나른하다. 산책은 언제나 나에게 새로움을 찾아주는 출발점이다. 나는 하루의 시작을 자연에서 시작하고, 기도하기 좋아한다. 그들도 그런 내가 싫지 않아 늘 내 발소리를 기다리는 것 같다.

 

촉촉이 젖은 코끝에서 예민한 반응이 있다.

작게나마 발끝에 차이는 풀 끝의 이슬이 등산화의 코끝을 적신다. 아침 공기가 늦은 산책길을 야유라도 하는 것인가. 비위가 상했던지 에취 하며 재채기하고 만다. 알을 품고 있던 산새가 놀라서 푸드덕 날아간다. 미안하다는 말을 날린다. 밤새 몸에 축적된 이산화탄소가 한꺼번에 배출되는 것 같아 어쩌던 속이 다 시원하다. 인체의 리듬도 찾아 사용하기 나름이 아닌가 싶다. 아침의 산책길에 또 다른 기대를 생각하며 걷는다.

 

산책길에 들어서는 순간 하늘의 문이 열린다.

조용한 자연의 도움으로 하늘 보좌와의 기도가 대화로 주고받는다. 사실적인 내 삶의 일들을 꾸밈없이 이야기한다. 어느 땐 주님의 음성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분은 즉각 대답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천연계를 통하여 나의 안목과 귀를 열어 주신 지가 오래되었다. 조금씩 깨우쳐 주시는 그분이 감사할 뿐이다. 오늘도 여전히 나의 기도는 자연은 듣고 그들이 기록할 것이기에 진실하게 부끄럽지 않게 기도한다.

 

산길 30분을 걸으면 이 길의 반환점이다.

거기서 나는 몇 가지의 운동으로 미처 못 깬 몸뚱이로부터 잠을 깨운다. 나의 운동 순서다. 심호흡의 구령을 붙여 8회를 한다. 다음엔 중 호흡을 겸한 허리 풀기다. 양팔과 손을 반듯이 펴 가슴까지 끌어올리고 허리 비틀기를 8회 한다. 다음은 헬스 기구를 의지해 팔의 근력을 키우는 운동으로 몸을 45도 비스듬히 체중을 실어 가볍게 팔굽혀 펴기를 50회 하고 나면, 등에서 땀구멍이 조금씩 열리는 느낌이 온다. 다음엔 다리운동과 동시 골반 운동을 하게 되는데, 다리를 번갈아 90도로 들어 올리는 운동이다. 이를 100회 반복한다. 이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은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고 뇌는 피로하다는 반응을 하게 된다. 다음은 온몸 운동으로 줄넘기를 연달아 100회 한다. 이때쯤이면 몸은 확 풀리고 몸에선 땀이 나는 것을 볼 수 있어 유연해진 몸을 느끼게 된다. 다음은 내 운동의 마무리 운동이다. 양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양손으로 허리를 뒤로 감싸 잡고는 앞으로 몸을 폴더로 접었다. 편다. 20회를 반복한다. 끝으로 숨 고르기로 정리하면 10여 분의 아침 운동을 마치게 된다.

 

여과 없이 자연과의 대화는 나의 마지막 코스의 운동이다.

자연의 순수함이 오늘따라 살갑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다. 이를 마다할 내가 아니다. 며칠 전 이곳에 작은 화단을 만들었다. 심어놓은 꽃들과 늘 짧은 대회를 한다. 그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보니 하루도 그들을 지나칠 수 없는 게 우리의 관계가 되어 버렸다. 농장 물은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다. 한적한 산속에 들꽃들을 심어놓고, 산나물 씨앗도 뿌려 놓았다. 몇 날 전엔 집에서 오래 키우던 난을 분양해서 두 포기나 심어 놓았다. 지금까지 그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자라고 있어 주어 마음이 기쁘다. 요즘 들어 한 가지 걱정이 있다. 예쁘게 자라는 이들을 양식 없이 파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걱정된다. 어째 던 자연은 자연에서 놓고 보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3가지 운동을 정리해본다.

처음으로 하는 운동이 내 영을 새롭게 하는 자연에서의 기도 운동이다. 자연은 나의 기도를 맑고 순수하게 정제하여 하나님께 올리는 성소와도 같다.

두 번째로 하는 운동이 육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게 시켜주는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근력 운동이다. 이 시간만큼은 내 심장도 폐도 근육도 젊어지는 것 같다.

세 번째로 하는 운동이 마음의 운동인 정서적인 운동이다. 자연과의 대화다. 좋아하는 식물과의 대화. 무생물과의 대화도 좋은 대상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의 시작을 한적한 산을 걸으면서 하루의 필요한 에너지를 얻으려고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욕심부리지 않고 자연에도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자연도 내게 아낌없는 도움을 제공해 줄 것으로 믿는다. 이런 믿음이 있기에 오늘도 내 산책길에서 뜨겁게 축복해 주는 태양이 내 방문뿐 아니라, 내 마음의 문도 매일 노크해 주길 바란다.

 

201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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