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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글 속에 은유

노파 2011. 6. 6. 08:20

글 속에 은유

老波

 

 

사람들은 소설을 쓰며 살지만

나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글속에 은유를 즐기며 날갯짓을 해본다.

 

초봄의 햇살이 따뜻하다.

소설책 한 권을 들고 산책길을 나선다.

몸은 봄기운에 낯설지 않아 벌써 친구가 된다.

산새들의 특유한 몸짓과 은어가 정겹게 오후를 노래한다.

 

갑자기 조용한 침묵의 길을 걷는다.

큰 나무는 사방에서 나를 둘러싼다.

자연의 한가운데서 까맣게 잊고 살았던 자신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지랑이 아롱아롱 오르는 양지바른 곳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허름한 벤치가 손을 내밀어 나를 반긴다.

모자를 벗어 뽀얀 먼지를 뚝뚝 털어낸다

몸을 벤치에 붙잡아 매고 소설을 읽어 내려간다.

 

하루해 기울도록 책장을 넘기는 손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다.

태양이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급하게 도망을 간다.

허리로 파고드는 스산함에 산속의 한기를 느낀다.

주위를 돌아보니 큰 나무들이 어두운 침묵에 빠져있다.

겁에 질린 산새들이 둥지를 찾느라 혼비백산 흩어진다.

 

나는 어느새 소설 속에 주인공이 되어 산마루에서 낙조를 배웅한다.

나무들이 붉은 노을을 가지에서 모조리 떨어낸다.

글 속에 이야기가 나의 시심(詩心)을 일깨운다,

헐렁한 바지주머니에 두 손을 깊숙이 찔러 넣고 자리를 뜬다.

발밑에 낙엽 바스대지는 소리가 모공을 자극하며 귓밥을 세운다.

책 속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어둠이 깔리는 오솔길을 따라 저지대로 내려간다.

 

201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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