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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후쿠시마, 너에게

노파 2011. 5. 26. 06:30

 

후쿠시마, 너에게

老波

 

 

네가 방사능에 피폭 되던 날

여전히 여명은 새벽을 찾아왔고

태양은 하늘 높이 떠 온 누리의 밝은 희망이었다.

 

사람들의 일상은 흐트러짐이 없이

시간을 쪼개어 하루에 충실한 삶을 약속 했다

어머니는 집안에서, 아버지는 일터에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네가 방사능에 피폭 되는 순간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잠시 후 무덤처럼 덮치는 건물의 잔해 속에 갇히고

시계의 초침은 어둠속에 멈췄다.

죽음이나 다름없는 너에게 원전은 악마의 도장을 찍었다.

 

보이지 않는 손은 널 무참히 쳤고

수많은 영혼을 낙엽처럼 날려 보냈다.

인간의 욕심도 푸른 연기처럼 사라지는 순간

문명은 거대한 괴물처럼 도시를 집어 삼키고도 성이 안차

지금도 죽음의 연기를 희뿌옇게 뿜어내고 있지 않은가

열도가 시름시름 몸살을 한다.

 

자연을 가공하려는 어리석음이 어찌 너 뿐이랴

한없이 후회를 한들 돌이킬 수 없는 저주

참아 줄 만큼 기다려준 지구의 분노

그의 노여움을 샀기에 그냥 있지 않았다.

백주에 한을 남기고 아직도 그렁거린다.

 

끝없이 피어오르는 죽음의 연기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잿불처럼 사그라지는 그대에게 기도가 있다면

보이지 않는 그 손에 네 영혼을 맡기고 싶지 않느냐고

내 영혼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201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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