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진 둥지
老波
아지랑이 피는 언덕
누렁이 멍에 지워 땅을 기경한다.
농부 가슴의 묵정밭도 갈아엎는다.
햇볕은 땅을 사리고
코끝에서 흙은 향기를 토한다.
새참 이고 오는 아내, 풀잎의 이슬처럼 걷는다.
하얀 유방을 만지작거리며 젖을 먹던 아가
행복이 찰랑거리는 호수 위에 잠이 든다.
긴 겨울 빠져나온 가족은 초록 진 언덕에 앉아
따스한 햇살 아래 잔뿌리 내리는 둥지
농심을 흙속에 묻어야. 하는 시간
작은 가슴은 시험대에 오른다.
100일을 기다려야하는 간절한 기도, 인내의 나무를 키운다.
묵정밭에서
생명의 싹을 가꾸는 아내의 마음은 벌써
봄의 색깔로 땅을 꿰뚫어 본다.
20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