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날의 축배
장지원
일상도 피해 가는 허무한 날의 축배였나
발 길이 닿을 것 같으면서도
바람의 지경을 따질 수 없어
텅 빈 들판을 바라만 보는 허수아비
하얀 서릿발에 까치발을 세우던 날
허무의 그림자를 눕혀놓고 치르는 초상
어지럽게 얽힌 앞산의 드렁칡
얼키설키 얽힌 실타래
수많은 길에 스친 인연들
청산에 내려앉은 사람들 이 길을 걸었으리라
가슴에 오죽 심어놓고 보내야 할 세월
설중매 피우던 산하
모란의 향기에 취하던 뜨락
동백의 꽃이 통째 떨어지던 날
이 눈치 저 눈치 보다 눈 감고 도려내는 시절
굽은 응달길 녹아 길 열리면 봄도 돌아오겠지.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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