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https://tank153.tistory.com/

노파의문학공간

시詩

시인의 독백/노파 장지원

노파 2012. 6. 18. 07:14

시인의 독백

老波

 

 

시인의 새벽은 앵두 알처럼 고운 이슬도 입안에서 굴리다, 삼키지 못하고

낯설어 살짝 뱉어 놓는다.

여린 마음에 비추는 햇살이 밝기 때문이다

시인의 아침은 한 끼의 식사를 위해 겉옷 벗어놓고 얻은 식감으로 소박한 상을 차리는 게다

한 낮의 시인은 가던 길 접어놓고,

서가(書家)의 장돌뱅이 되어 온종일 기웃거리다

서산(西山)에 걸어놓은 넝마를 걸치고 빚진 뱃구레에 달려 주막으로 끌려간다.

하루 해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시간을 돌려놓고 질펀히 앉아 세월을 마시며 거품을 문다.

시인의 잔에도 흐린 달빛이 길을 묻는다.

졸고 있는 호리병을 깨워, 이 밤 걸을 벗이라고 말하면 될까…

 

2012.6.14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뭉개진 더듬이  (0) 2012.06.20
미늘  (0) 2012.06.19
그대, 아름다운 이유  (0) 2012.06.15
모란의 날들  (0) 2012.06.14
고단한 삶  (0) 2012.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