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새벽
장지원
가을걷이가 끝나고
낙엽마저 져 까만 산촌
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메마른 광야를 옮겨 놓는다
비탈진 밭 가장자리를 지키는 허수아비는 세월을 즐기며 영혼을 팔고
상승기류를 타는 독수리 한 마리
창살을 넘어 들어오는 풍경들이 도로 나를 가두는 시간
생각들조차 낱낱이 흩어 광야의 모래톱이 된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광야
어쩌면 창공을 나는 한 마리의 독수리는
내 영혼인지도
내가 사냥한 고기로 광야의 허기를 달래고 싶은 게다
숯불에 구운 한 덩이의 고기
곰팡이 난 한쪽의 떡
길 위에 목마른 길손들을 위해
사마리아의 야곱의 우물이 되고 싶은 게다
내 우물이 마르지 않는 한 담아내는 물 한 잔이 되길 기도한다
202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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