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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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9월의 휴일 아침/시 장지원

노파 2023. 10. 12. 04:40

 

9월의 휴일 아침

장지원

 

 

장마전선도 꼬리 감추던 날

태풍과 폭우도 그 위세 꺾이던 날

목화밭에 앉아 도톰하게 솜 트는 비췻빛 하늘

고추잠자리 날갯짓에 영글어가는 가을

9월은 초입새부터 많은 이야기를 흘리고 가는 게 밉지 않다

 

뜨겁게 치열하게

편린까지 갈피 하던 삶

지평선 너머 붉게 토해 내는 태양의 추파에도

티 내지 않고 걸어오는 가을

삶의 뒤안길은 고뇌와 환희가 그림자처럼 걷는 길

 

하늘이 주는 만큼 거두는 가을걷이

도시의 마음을 흔드는 가을 산 그림자

막차를 기다리다 잠드는 정거장의 가로등

울다가 지치는 소쩍새의 밤

잊지도 않고 왜소한 쪽 가슴을 찾아오는 가을

 

이 비 그치면 가을 이야기도 더 곱게 무르익겠지

 

202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