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휴일 아침
장지원
장마전선도 꼬리 감추던 날
태풍과 폭우도 그 위세 꺾이던 날
목화밭에 앉아 도톰하게 솜 트는 비췻빛 하늘
고추잠자리 날갯짓에 영글어가는 가을
9월은 초입새부터 많은 이야기를 흘리고 가는 게 밉지 않다
뜨겁게 치열하게
편린까지 갈피 하던 삶
지평선 너머 붉게 토해 내는 태양의 추파에도
티 내지 않고 걸어오는 가을
삶의 뒤안길은 고뇌와 환희가 그림자처럼 걷는 길
하늘이 주는 만큼 거두는 가을걷이
도시의 마음을 흔드는 가을 산 그림자
막차를 기다리다 잠드는 정거장의 가로등
울다가 지치는 소쩍새의 밤
잊지도 않고 왜소한 쪽 가슴을 찾아오는 가을
이 비 그치면 가을 이야기도 더 곱게 무르익겠지
202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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