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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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마애불/시 장지원

노파 2023. 2. 16. 04:41

 

마애불

장지원

 

 

때론

쓸쓸하게

때론

고독하게

때론

호젓하게

누가 그 세월을 알 수 있을까.

 

바람에 분 냄새 실어와 더 쓸쓸하고

폭풍우에 뿌리째 드러나는 고독은 더더욱 참담했고

나, 가는 길에 호젓이 피는 들국화, 잔잔하던 호수마저 어둠이 짓누르더라

마지막 계절이 다가오더니 세상에 미련 있나, 묻더라

 

사색도 구름에 실어 보내고

바람 잦던 가지도 삭정이가 되고

영혼은 영원의 좌표를 따라 떠나려던 참

 

심산계곡 돌아가는 길섶

숱한 세월이 이 길을 오가건만

긴 세월에도 풀지 못한 매듭 던져도 말이 없는 마애불

 

202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