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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들불/시 장지원

노파 2021. 12. 29. 05:14

 

들불

장지원

 

 

들불이 자나가는 언덕

잡초들의 영혼이 산화하는 소리

타다 남은 고깃덩이 남기고

불티 되어 날아가는 비취빛하늘

그곳에는 안식이 있잖을까

 

늦가을을 걸어 겨울 초입새

유년의 추억을 끄집어내 중년의 이야기로 이어가자

스산한 들녘에서 불어오는 바람

북서풍인가 삭풍인가

문풍지 떠는 소리

무명이불 뒤집어쓰고 자다가 오줌 찔리던 아이

중년이 되어 고향 언덕에 들불이 되다

 

여기저기서 아련히 들려오는 낯익은 소리

한 때 줄서서 학교 가던 길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고주바기가 된 벗들

나도 들불이 되는 날

그곳에서의 안식이 편할 것 같아 싫지 않아 좋다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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