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中原에서
장지원
가을을 쓸어 담던 발자국 소리
낱알에까지 매몰차던 거친 숨소리
농부의 밑그림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 들녘
텅 빈 중원에 허수아비 세워두고
영역을 순찰 하는 삭풍
허무만이 자라는
시간의 결정체
빈 논바닥에 서릿발
초가지붕 추녀에 긴 고드름
비로봉의 상고대
지경을 넓혀가는 순백의 계절
하룻밤 사이
하얀 중원을 내어주고 마는 허수아비
하룻밤 잠 설쳤다고
시정잡배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듯하다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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