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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들불/시 장지원

노파 2018. 3. 8. 06:58

들불

장지원

 

 

말라도 갈대

너의 고고함은 언제나 그랬지

어쩌다 실없는 들풀이 되어

바람의 길을 막아

지존이라고 햇살까지 가려

숨 막히는 음지

영혼의 소리를 외면한 채 고명하다는 삶

이를 보다 못해

신이 던진 불

위대한 손을 펴

들불이 되어 타고 번지지

육체의 작은 불도 끄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

끌 수 없는 들불

탈 만큼 타야

사를 만큼 재가 되어야

대지는 새로운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지

생각만 해도 비위가 상하는데

순정을 운운 하는 로맨스

너무 고상한척, 쉽게 생각지 마라

마른 갈대에 들불이 번질라

 

20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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