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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가슴에 묻어가는 겨울 이야기/시 장지원

노파 2017. 12. 17. 05:48

가슴에 묻어가는 겨울 이야기

장지원

 

 

고르지 못한 겨울 햇살이

문구멍 사이로 들락날락 하는 사이

삭풍은 문풍지 흔들며

방구들 식는다. 괴성을 지른다

마실 갔다 돌아오는 촌로

장작 몇 개비 밀어 넣는 아궁이 온기라고 없다

인고의 시간이 말없이 흐른다

활활 타는 고래를 한 동안 지켜보더니 한 숨 속에 무엇인가를 털어낸다

불꽃에 잠시 피었다 지는 낙화

몇 날을 더 버틸지 모르는 꽃

모질게도 세월을 사르는 고래가 이젠 낯설지 않아 익숙하다

밤마다

따뜻한 칠성판 깔고 누워

굽은 등 펴 지지며

빈 가슴 눈 속에 묻어두고 잠을 청하는 게 일상이 된 이야기

지붕 위 하얀 꽃 피면 그제야 안부라도 물어 볼 수 있을까?

 

2017.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