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람의 섣달 이야기
장지원
채우지 못 하는
공허의 땅에서
팔 벌리고 서 있는 허수아비처럼
텅 빈 하루가 길다
도시의 불빛 아래에서 비실거릴 때
가로등도 지켜주지 못하는
차가운 바람
별들이 쏟아져 주체할 수 없는 거리
아직도 미적실존의 가치가 외줄 위에서 춤을 추는 시간
차가운 공기가 모세혈관의 체온을 끊어 내리다
또 다른 현실마저
따뜻한 목화밭이 아니어서
그저 미안하다
이 시간만큼이라도
바람의 깃을 달고 우주의 객이 되어
차갑고 긴 섣달의 이야기를
은하에 풀어
영혼의 허기를 달래고프다
*미적실존(美的實存): [철학] 키르케고르(Kierkegaard)의 철학에서, 인간 실존의 첫 단계를 나타내는 용어
2017.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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