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 마파람
장지원
그 길에
서 있다
가야할 길이라면
잠깐 서서 서성이고 있을 뿐인데, 얕은 물에 비취는 게
눈꼬리 마다 이는 실바람에도
천가래 만 갈래 갈꽃 같이 흔클린다
숫한 길을 두고
그 길만을 가야 하는 이유를 물으면
거울에 비취는 내가 싫다
얕은 물 찰랑이는 게 싫다
수시로 방향을 바꾸어 부는 정신 나간 바람이 싫다
동지섣달
해떨어지는 것도 한 없이 서러운데
역풍을 받으면서
가던 길을 가야하기에
모든 것을 내려놓아
바람에 떠밀려 간다. 하면 될 는 지
무심히 흐르던 물들도 마파람 앞에서
당황스러워 하겠지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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