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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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가을을 음미하다 보면……/시 장지원

노파 2016. 9. 15. 06:40

가을을 음미하다 보면……

장지원

 

 

이 가을은

단풍잎처럼 곱고

이슬처럼 영롱하기도 하고

알밤처럼 탱글탱글 알차기도 하다

 

그 가을은

은행잎처럼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기도 하고

허옇게 갈잎 저 바람에 쓸려가기도 하고

높은 가지 끝에서 외롭고 쓸쓸하기도 하다

 

저 가을은

빈 논 허무의 그루터기가 돼 된서리 맞기도 하고

빈 수숫대 빳빳이 서서 바람의 길을 터주기도 하고

빈 영혼의 허수아비가 되어 한없이 허청 되다 자신을 버리기도 한다

 

올 가을도

왔다. 가는 게

주기를 반복하겠지만

느낌이 다르면, 그 맛도 다르겠지

 

201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