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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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가을비에 젖은 나목/시 장지원

노파 2016. 9. 1. 06:09

가을비에 젖은 나목

장지원

 

 

가을비 추적이는 날

아직도 죽지 않은 희미한 추억들이

가을을 더듬는 관자놀이에서 절름거린다

 

가을비는 떡비 라 했건만

옛날 같이 부산을 떨 일도 그럴 이유도 없어

종일 빗소리에 젖을 뿐

등짝엔 낡은 도롱이 하나 걸쳐주는 이 없다

 

현재와 과거가 뒤섞여

갈피조차 못 찾아 힘든 나목

달라붙은 해묵은 시간들이 퉁퉁 불어 무겁다

 

밀물 되어

썰물 되어

들고나는 사색의 길목

죽지 않고 파랗게 자라나는 추억들

소리 없이 흘러간 세월 속

가을비 내리면 영락없이 갈아엎는 묵정밭

가을은 나목의 몸을 붉게, 붉게 흔들어대겠지

 

2016.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