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에 젖은 나목
장지원
가을비 추적이는 날
아직도 죽지 않은 희미한 추억들이
가을을 더듬는 관자놀이에서 절름거린다
가을비는 떡비 라 했건만
옛날 같이 부산을 떨 일도 그럴 이유도 없어
종일 빗소리에 젖을 뿐
등짝엔 낡은 도롱이 하나 걸쳐주는 이 없다
현재와 과거가 뒤섞여
갈피조차 못 찾아 힘든 나목
달라붙은 해묵은 시간들이 퉁퉁 불어 무겁다
밀물 되어
썰물 되어
들고나는 사색의 길목
죽지 않고 파랗게 자라나는 추억들
소리 없이 흘러간 세월 속
가을비 내리면 영락없이 갈아엎는 묵정밭
가을은 나목의 몸을 붉게, 붉게 흔들어대겠지
2016.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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