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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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가을바람 불 때/시 장지원

노파 2016. 8. 30. 05:53

가을바람 불 때

장지원

 

 

산모퉁이 돌아가는 게

다시 안 올 것처럼

긴 꼬리 획 감추니

서늘한 바람에 하늘이 높다

 

창문 닫아 봉하고

따뜻한 온돌에 누워야 잠이 오는 것은

휙휙 지나가는 세월에 치여 멍 자국 때문인지

 

가을날 뜰 안에서도

물들어 지는 낙엽

살아 온 생의 날이 곱다고 하면, 좋을지

연한 바람에도 지는 단풍잎 있어

이 가을을 걷고 싶은 데

 

인생의 날은 틈을 주지 않고 달려가겠지

 

알알이 익은 산야에서 알맹이만 취하고

껍데기는 나 몰라라

팽개치는 고추바람만 없었으면, 하는 기도를

건들바람에 붙여보는 거위정한 손들이 있어

이 가을이 시리다

 

2016.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