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불 때
장지원
산모퉁이 돌아가는 게
다시 안 올 것처럼
긴 꼬리 획 감추니
서늘한 바람에 하늘이 높다
창문 닫아 봉하고
따뜻한 온돌에 누워야 잠이 오는 것은
휙휙 지나가는 세월에 치여 멍 자국 때문인지
가을날 뜰 안에서도
물들어 지는 낙엽
살아 온 생의 날이 곱다고 하면, 좋을지
연한 바람에도 지는 단풍잎 있어
이 가을을 걷고 싶은 데
인생의 날은 틈을 주지 않고 달려가겠지
알알이 익은 산야에서 알맹이만 취하고
껍데기는 나 몰라라
팽개치는 고추바람만 없었으면, 하는 기도를
건들바람에 붙여보는 거위정한 손들이 있어
이 가을이 시리다
2016.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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