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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바람 부는 세상/시 노파 장지원

노파 2016. 3. 18. 10:07

바람 부는 세상

老波 장지원

 

 

하늘의 별들이 있다면

땅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된다. 그러다 보니

해초의 뿌리 얽혀 바다는 혼탁하다

 

반듯하게 제 모습을 찾아주는

샛바람[동풍]

하늬바람[서풍]

마파람[남풍]

덴바람[북풍]

같아, 당당한 바람도 아니고

 

계절을 알리는

강쇠바람[첫가을에 부는 동풍]

갈마바람[서남풍]

갈바람[남서풍]

높새바람[북동풍]

신마바람[남남동풍]

같아, 신비로운 바람도 아닌 것이

 

틈만 보이면 비집고 들어오는 살바람

잘 되는 꼴 못 봐 주는 꽃샘바람

뒤통수를 치는 꽁무니바람

시도 때도 없이 부는 고추바람

같아, 뿌리까지 흔들어 더 살 수 없게 만든 지 오래다

 

이 땅에 이런 바람뿐일까. 분명 아닐 게다

첫 가을에 불어 땀을 식혀주는 건들바람도 있고

바닷가에서면 사람 냄새 풍기는 갯바람도 있지

누구나 좋아하는 산들바람이 있는가 하면

가마 타고 가며 쐬는 가맛바람도 있는데

우리들 이야기를 바람에 실어 즐길 수 있으면 좋지 않은가

 

2016.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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