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세상
老波 장지원
하늘의 별들이 있다면
땅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된다. 그러다 보니
해초의 뿌리 얽혀 바다는 혼탁하다
반듯하게 제 모습을 찾아주는
샛바람[동풍]
하늬바람[서풍]
마파람[남풍]
덴바람[북풍]
같아, 당당한 바람도 아니고
계절을 알리는
강쇠바람[첫가을에 부는 동풍]
갈마바람[서남풍]
갈바람[남서풍]
높새바람[북동풍]
신마바람[남남동풍]
같아, 신비로운 바람도 아닌 것이
틈만 보이면 비집고 들어오는 살바람
잘 되는 꼴 못 봐 주는 꽃샘바람
뒤통수를 치는 꽁무니바람
시도 때도 없이 부는 고추바람
같아, 뿌리까지 흔들어 더 살 수 없게 만든 지 오래다
이 땅에 이런 바람뿐일까. 분명 아닐 게다
첫 가을에 불어 땀을 식혀주는 건들바람도 있고
바닷가에서면 사람 냄새 풍기는 갯바람도 있지
누구나 좋아하는 산들바람이 있는가 하면
가마 타고 가며 쐬는 가맛바람도 있는데
우리들 이야기를 바람에 실어 즐길 수 있으면 좋지 않은가
2016.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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