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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좋은 샘물을 찾아

노파 2011. 8. 2. 08:29

 

좋은 샘물을 찾아

장지원

 

 

8월의 문턱을 넘어 용부원을 찾는다.

장마도 아닌 날씨가 연일 비를 뿌리다 못해 양동이로 물을 쏟아붓는다. 가뭄이 극심하던 내 어릴 때를 생각한다. 어른들은 장마 때 한 번씩 겪는 홍수 정도는 웃으면서 맞았다. 설사 논둑이 터지고 산이 내려와도 비의 소중함이 늘 가슴에 인같이 새겨 있었던 것 같았다. 비는 물이고, 물은 생명과도 같은 존재이기에 늘 신성시 다루었다. 옛 조상들의 삶에서 그 흔적을 찾아본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죽령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소백산 자락에 용부원이 있다.

자그마한 산촌으로 지인의 안내를 받는다. 동네 중간쯤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우물이 있었다. 한 눈으로 봐도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자태가 범상치를 않았다. 석축을 쌓아 만든 돌 사이에서는 파릇한 이끼가 그의 나이를 말하고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우물에 담긴 이야기에 걸맞게 고즈넉하면서도 넉넉하게 솟아나는 샘의 모양이 퍽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이 우물은 식수로 이용하고 있었다.

표주박에 가득 샘물을 떠 올리자 맑은 샘물은 살갑게 내 얼굴을 비춰주었다. 산골을 지나던 햇살도 손을 꼼지락거려 물맛과 색깔을 더해 주었다. 목이 마르던 참 나는 벌컥벌컥 한 바가지를 단숨에 비웠다. 예상대로 물맛은 타의 추종을 부러워할 만큼 깔끔하였다. 그럴 뿐만 아니라 소백산의 온갖 약초를 씹어 우려 놓은 것 같은 그 맛과 향을 쉽게 지울 수가 없다. 산속의 풍광도 좋았지만 용부원의 샘은 이 마을의 보배요, 보약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대로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에 도시 생활에 작은 갈등이 바람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이 샘물은 동네 사람들의 생명의 젖줄이요. 건강과 안녕을 지켜 주는 수호신이다.

잠시 돌아보는 민가의 담장 너머 작은 소반에 받쳐놓은 정화수 한 그릇은 바로 이 샘에서 떠다 놓은 물이라고 한다. 가족이 아플 때, 삶이 고단할 때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용부원 샘물이다. 가문 때나 장마 때도 항상 맑은 물은 일정량으로 솟아나 주민들의 생활을 지켜 주고 있었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은 이뿐이 아니다. 매해 정월 대보름에는 동내 남녀노소 모두가 샘물의 고마움을 수신에 고하고 한 해의 소원과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세월은 수없이 사람들을 잉태하여 태어나게 하였으며, 수없이 저세상으로 보내면서도 묵묵히 지켜온 샘물이었기에 사람들은 이 샘을 그냥 지나치거나 함부로 대하질 않는다고 한다. 그들만의 민간의 신앙이 된 지 오래다.

 

소박하게 샘물을 길어 마시면서 사는 그들의 삶이 이곳에서 순하게 흐르고 있었다. 샘은 하늘이 열어 주는 생명의 원천이라 했다. 성경에서는 최고의 샘물로 야곱의 우물을 손꼽는다. BC1900년경 수가라 하는 마을에 야곱이 그의 가족을 위해 판 샘물이다. 그로 엄청난 세월이 흘러 예수는 야곱의 우물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더워서 오가는 사람 없는 정오, 하늘의 태양은 사마리아 광야의 목마른 한 여인의 발길을 이곳 우물로 향하게 한다. 그때까지 야곱의 우물은 그 이름에 걸맞은 양질의 샘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자부심은 수가 여인의 증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고의 샘물임을 자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삶이 빗어낸 그림자만 한낮의 태양을 비웃기라도 하듯 옅게 지우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마실 수 있는 샘물은 사람들의 생활에 없어서 안 될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잘 이용하면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였다. 이 상황에서 하늘에서 오신 선생은 야곱의 샘물을 마시고도 목마른 그녀에게 한 번 마시므로 영원히 목마르지 않은 샘물이 있다고 말한다. 여인은 그런 물이 있으면 자기에게도 달라고 말한다. 여기서 예수는 하늘을 열어 생명수 되시는 당신을 보여 소개한다.

 

그런 샘물을 내게도 주어 마시게 하면 좋겠습니다.

여인의 갈증은 인간답게 사는 것이 꿈이었다. 여인의 삶은 하늘에서 온 생명수 되시는 그분을 붙잡고 살므로 남은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그에게 해묵은 갈증을 풀어 주고 있었다. 이 물을 혼자 마시기에 너무 벅찬 나머지 온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이 접한 하늘이 주는 생명수를 같이 마시기를 서슴없이 제안하고 염원한다. 좋은 물은 그 자체만 해도 고명하지만 좋은 물을 찾고 즐겨 마시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야곱의 샘물, 이 셈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샘물을 하늘에서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터뜨려 마시게 한 것이다. 멀지 않아 우리도 물 부족 국가에 태어난 설움도 겪게 될 것이다. 삶의 언저리에서 용부원 샘물을 마시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보였다면, 수가의 여인의 삶의 그림자를 걷어내지 못한 지난날의 시간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나는 오늘 용부원 샘물을 마시면서 혈관을 타고 스며드는 산산한 기운을 느낀다.

이곳이 말하는 자연의 환경은 행복의 사도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하늘이 터뜨려준 샘물이기에 사람들은 이를 신성시 마시기도 하고 마음 한구석에서는 영원을 기대는 수호신으로 오랜 세월을 함께 걸어왔다. 언젠가는 이 샘도 말라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그런 날이 오기 전에 수가 여인이 만난 그 예수를 생각하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인과 헤어져 용부원을 빠져나온다.

 

201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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