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봄은 따뜻하겠지
장지원
할일 없어 실직자의 하루가 자신의 그림자와 함께 이리 뒹굴 저리 뒹굴다
밟힐 듯, 말 듯 한 꼬리가
담장을 넘어 백수의 색깔을 드러내고 만 어느 날
조금 머쓱한 얼굴을 비비는 턱 수염이 까슬까슬 한 방석이 따로 없다
옆집 아주머니의 눈빛 속에서 뱅글거리는 소리를 막아서서 멀쩡한 말을 더듬다
역발상적 반전, ‘커피 한 잔 하시지요.’
이웃의 똑 부러진 기질도, ‘예, 예에 그러지요.’
번개를 맞은 듯, 좁은 공간의 탈출구를 찾기 바쁜 건, 인지상정이다
떨리고 미안한 마음도 구수한 커피 한 잔에
더듬는 말로 피차 숨을 고르며
사람 사는 이야기에서는
이웃사촌의 진한 정이 스멀거리다 머리를 풀고 담장을 넘나드는 게 다다
이웃 남정네의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준, 한 잔의 커피
옆집 아낙네의 일탈만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준, 차 한 잔의 나눔
오해와 무관심의 담장은 높을 수 있지만
이해와 배려의 대화는 위대하다는 것쯤, 이젠 알 것 같아
골목에 부는 바람이 아직은 차지만, 누군가 기다리는 봄은 따뜻하겠지
20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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