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영웅
장지원
밤을 갈래로 찢으면서
우는 소리가 남다르다
낯설지도 않은 아열대의 기운으로
언 가슴 찍어내는 시간
빗물과 얼음 녹은 물이 범벅이 되어
산 여울은 넘쳐
숨통이 열리는 듯, 하더니 산촌을 떠나는 겨울
배웅하는 소리도 없으니
사공의 가락도 없다
정이라는 게 있는데 쪼개고 뭉개는 게 조금은 지나치다. 싶다
미련도 없이 자리를 내주고 떠나는 게 그렇게 가벼울 수가 있을까
그 얼굴이 밝아 달도 숨어버린 밤
무거운 기운만이 작은 공간을 지키다
쫓고 쫓기기는 소리에 사색의 끈도 퉁퉁 불어
바닥을 친 긴장을 추스르는 게 그리 쉽지 않다
봄은
겨울이 흘리고 가는 피를 먹고 소생하는
잔인한 계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20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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