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 일이 아니길…
장지원
삶을 고르는 사이
파랗게 일어나는 솔가지의 기억들이
꺼칠한 둥치에 덕지덕지 붙어
바람도 지나기 힘들어 솔방울에 얼굴을 비비다 몸서리치며 흩어지던 날
어제는 금수의 굶주린 피비린내가 잎사귀마다 스며들더니
오늘은 미물들이 코를 박고 흡혈을 하니 멀쩡하던 사지가 뒤틀린다
몸뚱이 난도질을 하여 조장이라도 치루면 깨끗이 끝날까
내일이 싫어 역겨워하던 날
뿌리부터 잎사귀까지 흔들어 눈도 못 돌리는 밤
아득한 낭떠러지
굶주린 사파리의 소리가 크다
신출귀몰 하듯 나타나는 독수리 떼
마지막 한 가닥 하얀 소리는 마침표를 찍는 끝소리인지도 모를 일
어차피 지키지 못하는 일이라면
영혼이라도 지키기 위해
저 하늘 높은 곳에 몸을 던져, 이짐 벗어 홀가분하게 사르리라
어제……
오늘……
모두 버리고 하루해만 보고 사르리라
이젠, 내 일이 아니길……
2016.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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