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찾아 떠나는 詩人의 浮石 여행
一松 장지원
추억의 끈을 잡고 떠나는 여행
설레는 마음을 하나 둘 챙기느라 바쁠 때
밤은 길어도 여명은 빠르게 다가와 부스스 잠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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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태어나 금줄을 건 사립문을 들어서니 내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유년이 철없이 놀던 냇가에 발을 담든다. 이마에 송송한 땀방울이 들어가고 파란 하늘 조각이 지난 세월을 이탈해 홀로 외롭다.
소꼴 베던 참보둑은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채, 칡 마 어름 넝쿨이 시간이 멈툰 듯 누구의 손끝도 닫지 않아 옛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고주박이 패던 짜끼산은 나지막이 허리를 낮춰 고향 까마귀를 반기다 돌아앉아 침묵한다.
탑들이에 살면서 동무들과 고기잡이 차 넘나들던 매기재는 마구령(해발810m)이란 표지 석을 심고, 좌측 품에 미네령(해발859m), 고치령(해발760m), 우측 품으론 늦은목이령(해발720m), 박달령(해발1,009m)을 꿰어 차고 백두대간을 받치고 있는 게 까칠하지만 흉 될 것이 없어 좋다.
추억의 동네 남대리는 매기재를 넘어 한 십리 내려가면 산촌의 수려한 마을이다. 대추가 유명해 부석 5일장에서 장사치들의 환심을 사 매기재를 넘어 오가는 산촌 사람들의 신명을 돋워주었다.
주막에 앉아 주모가 내 오는 옥수수로 빗은 동동주로 요기를 하고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난고 김병연의 유적지가 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렸다는 찬란했던 조선의 세도가 안동 김 씨의 걸맞지 않은 김립, 김삿갓의 묘가 있다. 떠돌이 풍류 시인의 애달픈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 보여주는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풍류 시인이다. 그래서 내 애명이 삿갓이다. 시대를 넘어 같은 시인으로서 애륜을 느낀다.
一松의 祖父 張 참봉의 묘소를 참배하고 나면, 이마 위로 108계단이 열린다. 단숨에 봉황산(해발818m) 부석사 무량수전 법당 앞에 오른다. 초등학생 시절 소풍 길이 떠오른다. 시장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어 약간의 시장기를 느낀다. 천년의 풍비를 견디어 지금까지 지켜온 천년의 가람이다. 특히 무량수전은 의상대사의 불도의 깊이와 그 미려함이 지금도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잠시 옆길로 세면 전설적 오전 약수터 쑥밭이 여행에 지친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당시 쑥이 많이 우거져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오전 약수는 조선 제9대 성종(1469-1494)때 민가에 발견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애환을 녹여낸 국내 최고의 탄산 약수로 손꼽히고 있다. 그 명성이 지금까지 이어져 계절을 넘나들면서 전국 각지의 유람객이 찾는다. 약수에 삶아 내는 파르스름한 색깔의 닭백숙은 천하의 일미라 추천해도 후회가 없을 듯하다.
榮州 浮石을 여행 하자면 의풍에서 시작해 오전까지 걸으며 추억을 되짚는 게 진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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샅샅이 들추지 못한 추억을 눌러두고도
바람을 일으켜 가슴을 흔들어 주기에 넉넉한 시간
현실이 작은 공간에 그대를 가두더라도
일탈을 핑계 삼아 훌쩍 길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다
되돌려 놓지 못하는 일상에서 되짚어 볼 수 있다는 추억은 삶을 일깨워 주는 스승과도 같은 존재이다
누구에게나 고향이 있어 아직도 숨 쉬는 추억이 있다면 그 끈을 놓지 마라
어제와 내일 그 중심에 내가 있기에 감사하라
소중한 추억과 내일의 꿈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있다면 참 위대하지 않은가
2016.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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